버스에 빈자리 많은 날
가는 길 내내
기별 없는 사람 대신
햇살이 편하게 앉아서
갈 때가 있다
몇 정류장
미리 내려 걷다가
영근 바람에
떨고 있는 풀잎보고
버스 갈아타고서
산내라도 가고 싶은 오후
어쩌다 홀로 남은 승객이
낭월동 종점 차고지에
아무렇지 않게
제 그림자 내려놓아도 좋은
좋은 가을날
자리도 내내 환한 얼굴로
가로수 그늘 스치며
깊은 하늘 올려다보다
쉬엄쉬엄 가는 날
버스에 빈자리 많은 날
가는 길 내내
기별 없는 사람 대신
햇살이 편하게 앉아서
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