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박은옥 - 시인의 마을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텅빈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
살며시 눈 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벗들의 말 발굽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장 던져 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어 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 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오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 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 동무
되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되주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오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 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changmuneul yeolgo eum naedabwayo
jeo nopeun gote
uttuk geolrin gitbal peolreokimyeo
dangsinui teongbin
gaseumeuro buleooneun
deoun yeolgiui sechan baram
salmyeosi nun gamgo deuleobwayo
meon daeji wireul
dalrineun sanaun malcheoreom
dangsinui goyohan
gaseumeuro dakchyeooneun
sumgappeun beotdeului mal balgupsori
nuga naege
sonsugeon hanjang deonjyeo jurio
nae jakeun gaseume eoneo jurio
nuga naege
talchumui jangdaneul chyeo jurio
geu jangdane chumchuge hario
naneun godokui chingu banghwangui chingu
sangnyeom kkeungiji anneun
beonminui siinirado jotgeto
naneun ilmolui
gogaetgileul neomeo ganeun
gohaengui bangrangjacheoreom
haneule bikkin noeul barabomyeo
siinui maeule
bami oneun soril deuleulteyo

usaneul jeopgo bi mata bwayo
haneuleun deouk
gakkaun goteuro dagawaseo
dangsinui geuneuljin
maeume bi ppurineun
jeoteun daegiui aeteuthan usu
nuga naege
dagawaseo mal geonne jurio
nae jakeun son japa jurio
nuga nae unmyeongui gil dongmu
doejurio
eorin siinui beot doejurio
naneun godokui chingu banghwangui chingu
sangnyeom kkeungiji anneun
beonminui siinirado jotgeto
naneun ilmolui
gogaetgileul neomeo ganeun
gohaengui bangrangjacheoreom
haneule bikkin noeul barabomyeo
siinui maeule
bami oneun soril deuleulteyo
정태춘, 박은옥 시인의 마을

정태춘 - 시인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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