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 1982

검은빛 새로 산 내 구두위로
그 누군갈 닮아 흐르는 조각으로
구름이 비춰져서 지나가고
규격을 벗어난 나팔바지에
한두어개 풀어져있는 빛에 물든
화려한 교복 을 입고
그녀가 지나쳤었다는 그 거리를
난 오늘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또 걸어가네
그녀가 멈춰 서있던
버스정류장에
오늘도 만날 것 같은
설레임 속으로
다시 못 올 기억에
나를 데려다 주길
메마른 내 가슴이 젖도록
누군갈 그리워하던
사랑에 목이 마르던
그 시절 속으로 날 데려다 주길
가벼운 지갑을 내 손에 쥐고
서울역 오산 천안을지나
대천을 향해 달려가는
완행열차에 날 싣고
긴 머리의 어느 소녀에
발자국이 만들어지고
끝없이 펼쳐져 있는
저 모래 위에
노을이 붉게 물들어갈 저 바다
통기타 소리에 멈춰진 저 소녀와
시간을 멈춰야 해
새벽이 없도록
다시 못올 기억에
나를 데려다 주길
메마른 내 가슴이 젖도록
누군갈 그리워하던
사랑에 목이 마르던
그 시절 속으로 날 데려다 주길
만화 속 주인공 배트맨이 되어
망토를 두르고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던 1970
사람들이 붐비던 어린이날
동물원 어딘가에서
코끼리보다 내 동생을
더 찾아 헤매던 1972
사랑한단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해 난
떠나가는 그녀를
바라만 보던 1979
그 누군가를 위해
끝까지 용기를 낸
삼총사 뱀 배라 배로 1982
다시 못 올 기억에
나를 데려다 주길
메마른 내 가슴이 젖도록
누군갈 그리워하던
사랑에 목이 마르던
그 시절 속으로
날 데려다 주길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