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 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 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haengyeo jirisane osiryeogeodeun
cheonwangbong ilchuleul boreo osira
sam daejjae naeri
jeokseonhan saramman
bol su iteuni
amuna oji masigo
nogodan gureumbadae ppajiryeomyeon
wonchuri kkotmurie
heuksimeul pumji anneun
iseului nuneuro osira
iseului nuneuro osira
haengyeo banyabong
jeonyeoknoeuleul pumeuryeomyeon
yeoinui dunbureul seuchineun
yujanghan barameuro ogo
piagolui danpungeul mannaryeomyeon
meonjeo onmomi dalaoreun
jeoljeongeuro osira
bulilpokpoui
mulbangmangireul mateuryeomyeon
beol batneun aicheoreom
deungjjak sipeoreotge ogo
byeoksoryeong nun sirin
dalbiteul bateuryeomyeon
ppyeomajeo buseureojineun
hoehaneuro osira

geuraedo jirisane osiryeogeodeun
seseokpyeongjeonui cheoljjukkkot gileul ttara
on mom bulsareuneun
hyeokmyeongui ireumeuro
on mom bulsareuneun
hyeokmyeongui ireumeuro osira
choehuui cheonyeorim chilseongyegokeneun
amu joedo eopneun
namukkuneuroman osira
amu joedo eopneun
namukkuneuroman osira
jinsilro jirisane osiryeogeodeun
seomjingang pureun san geurimja sokeuro
baeksajangui moraealcheoreom
moraealcheoreom
gyeomheohage osira
yeonhabongui byeoranggwa
gosamokeul boryeomyeon
tukhamyeon jasaleul kkumkkuneun iman
banseonghareo osira
banseonghareo osira
geureona guti
jirisane ogo sipdamyeon
eonje eoneu gotideun
amureotgena osira
geudaeneun nanali byeondeokseureopjiman
jirisaneun byeonhamyeonseodo
eonjena cheot maeumini
eonjena cheot maeumini
haengyeo gyeondilman hadamyeon
jebal oji masira
haengyeo gyeondilman hadamyeon
jebal oji mas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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