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경 - 빛바랜 색동옷

그래 그래도 그 날은 하늘이 고왔어
그래 그래도 그 날은 아름다웠어
드레스는 없어도 색동옷 입고
움추렸던 두 어깨 활짝 펴고서
변두리 사진관에 사진도 박고
새 날을 꿈꾸며 맹세도 했어
그래 그래도 그 날은 아름다웠어
세월은 흘러도 흘러 갔어도
캄캄한 어두움 끝 간데 없고
이제 나 엄마되어 아이 곁에 누워도
온 종일 고달픈 일 소용도 없이
밤새 하얀눈물 마르지 않네
아아 밤새 하얀눈물 마르지 않네

그래 그래도 그 날은 하늘이 고왔어
그래 그래도 그 날은 아름다웠어
드레스는 없어도 색동옷 입고
움추렸던 두 어깨 활짝 펴고서
변두리 사진관에 사진도 박고
새 날을 꿈꾸며 맹세도 했어
그래 그래도 그 날은 아름다웠어
비오는 수많은 밤 돌밭지나
인생의 가파른 벼랑길 올라
노여움에 숯덩이 된 이 가슴에
이제는 본 너의 붉은 볼 지펴
가난과 서러움을 살라버려라
아아 가난과 서러움 살라버려라

안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