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경 - 동자와 도사

홍방울새 숲속에서 노래 즐겁고
연분홍 얼레지꽃 수줍게 봄맞을 때
더벅머리 한 동자 어깨에 봇짐 메고
타박타박 산 길을 걸어 가네
깽깽이풀 예쁜 꽃 산 길을 따라 피고
도사님의 멋진 한 수 가슴속에 피는
더벅머리 한 동자 휘파람 불며
타박타박 산 길을 걸어 가네

하얀 머리 도사님은 껄껄 웃더니
싸리 빗자루 한 자루 던져 주셨네
하얀 수염 휘날리며 껄껄 웃더니
나무 지게 한 지게 던져 주셨네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 석 삼년이 지나
눈꽃 잔치 산 위에서 삼 세 번 피워도
도사님의 멋진 한 수 구름같이 멀고
다홍빛 동자꽃이 필 듯 말 듯
안달복달 복달안달 안달병이 나네
뒤돌아 투덜투덜 입이 쑥 나올제
허공에서 날아 오는 독수리 벼락
도사님 구부러진 지팡이 벼락

안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