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희 - 나무가 허물을 벗듯

젊은 날엔
잊고 싶지 않았었다

간직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나날들

그땐 참
바람에
나뭇잎만 흔들려도
가슴을 떨곤 했었다

나무가
허물을 벗듯
어쩌다
히끗히끗
흰 머리 한 올처럼
떠오르는 기억

이젠
모두 다
떠나보내고 싶다

물 흐르듯
담담히
잊고 싶다

머물고 싶었던
순간들 만큼
텅텅
다 비우고 싶다

박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