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휘 - 구르는 돌

구르는 돌이
더 이상 구르지 않는 것처럼
흐르는 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는 것처럼
흘러온 세월이 지나온 길이
덧없다고 느낄 때
가끔은 나에게도
그럴 때가 있다오
차라리 지는 게 익숙해진
그저 그런 파이터처럼
차라리 따분한 게 편해져
버린 조기 은퇴자처럼
그 모든 경기가 그 모든 삶이
덧없다고 느낄 때
가끔은 나에게도
그럴 때가 있다오
서투른 말로
날 위로하지마세요
모범답안 같은
충고도 이젠 됐어요
비웃지 말고 내 손을 잡아주세요
그저 내 얘기 들어줄 순 없나요
반복된 노동에 지쳐버린
중년 전업 주부처럼
반복된 좌절에 익숙해진
정리해고 대상자처럼
잘해왔다는 격려의 말도
덧없다고 느낄 때
가끔은 나에게도
그럴 때가 있다오
서투른 말로 날 위로하지마세요
모범답안 같은 충고도
이젠 됐어요
비웃지 말고 내 손을 잡아주세요
그저 내 얘기 들어줄 순 없나요
구르는 돌이
더 이상 구르지 않는 것처럼
흐르는 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는 것처럼
흘러온 세월이 지나온 길이
덧없다고 느낄 때
가끔은 나에게도
그럴 때가 있다오
가끔은 나에게도
그럴 때가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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