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휘 - 문패

내가 살았던
열한 개의 집에선
우린 문패를
가졌던 적은
모두 다섯 번
우리의 삶도 어쩌면
강철판쯤은
그렇게 남의 이름으로
사는것은 아닐까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 가운데
제 얼굴을 가젔던 이는
몇이나 될까
우리의 삶도 어쩌면
강철판쯤은
그렇게 남의 얼굴로
사는 것은 아닐까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내 삶에
한가운데 나는 서 있을까
이제 남은 날들을
난 어떤 이름으로
어떤 얼굴로 살아갈까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 가운데
제 얼굴을 가졌단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의 삶도 어쩌면
강철판쯤은 그렇게
남의 얼굴로
사는 것은 아닐까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내 삶에
한가운데 나는 서 있을까
이제남은 날들을
나는 어떤 이름으로
어떤 얼굴로 살아갈까
내가 살았던열한 개의 집에선
우린 문패를 가졌던 적은 모두 다섯번
우리의 삶도
어쩌면 한 절반쯤은
그렇게 남의 이름으로
사는것은 아닐까
그렇게 남의 이름으로
사는것은 아닐까

손병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