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넓은 정원 뒤를 잇는 장미꽃밭
높고 긴 벽돌담이 저택을 두르고
앞문에는 대리석과 금빛 찬란도 하지만
거대함과 위대함을 자랑하는 그 집에
2층방 한 구석에 홀로 앉은 소녀
아아 아아 슬픈 옥이여. 아아 아아 옥이여
백색의 표정 없는 둥근 얼굴 위에
길 잃은 눈동자는 하얀 벽을 보며
17년의 지난 인생 추억 없이 넘긴 채
명예와 재산 속에 사는 부모님 아래
아무말도 없이 아무 반항도 없이
아아 아아 슬픈 옥이여 아아 아아 옥이여.
햇볕에 타고 있는 8월 오후에
권태에 못이겨서 집을 떠났다.
오랫동안 못 본 햇님 그대 참 그립군요.
울려라 종소리여 나도 자유의 몸이여
난 살고 싶소 난 세상을 볼 테요.
아아 아아 슬픈 옥이여 아아 아아 옥이여
복잡한 사회 속에서 옥이는 들어서
수 많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서
사랑과 미움 속에 끓는 청년을 보았소
길가에 허덕이는 병든 고아도 보았소.
배반된 남편, 꿈 깨어진 나그네
아아 아아 슬픈 옥이여 아아 옥이여
바람 찬 바다가로 옥이는 나서서
밀려오는 파도에 넋을 잃은 채
인생의 실망 속에서 자신 찾을 수 없이
꽃잎도 파도 위로 수평선을 따라서
저 초원도 가고요 저 눈물도 슬픔도
아아 아아 슬픈 옥이여 아아 아아 옥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