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ne - Light

그 때의 내 발걸음은 가벼웠지
더 이상 가벼워질 수는 없을 만큼
그 때의 나는 이 세상에 있는
그 무엇보다도
밝고 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
다가오던 허전함은
해결하면 그만이었고
그렇게 얻은 안일에
나는 익숙해졌지
왠지 모를 불안은 현실이 아니었고
난 이런 방식으로도 괜찮았어
채워지지 않는 것은
없다고 알고 있었고
상상으로 만든 것들에 시달렸고
매번 더 가벼워진
내 모습에 놀랐지만
여전히 불안은 현실이 아니었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하루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살고 있었던 난
내 위에 따스히 내리는
햇빛과 만나고
내 가벼운 몸을 띄어보는데
모든 게 멈춰버렸지
세상은 오래 전 이미
나를 외면해낸 듯 했고
그간의 나를 지배해왔던 것들에겐
나를 지켜낼 힘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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