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순 - 빛바랜 시간 거슬러

책가방을 메고
구두를 신고
다녀올게요
상쾌한 아침 공기
공상 가득한
긴 밤을 샌 졸린 눈
오늘은 어떤 재미
나는 일이 생길까
도시락을 비우고
낮잠을 자고
편지를 쓰고
하얀 도화지 위에
날 좀 닮은
조금은 웃는 소녀
오늘은 어떤 친구
무얼 하며 보낼까
달려라
빛바랜 시간 거슬러
날아가라
끝없이 펼쳐지는
눈부신 꿈의 숲으로
오래 된 기탈 메고
노랠 부르고
안녕하세요
내 안의 세상 속에
하늘거리며
떠다니는 목소리
오늘 얼마나 빨리
이 하루가 저물까
달려라
빛바랜 시간 거슬러
날아가라
끝없이 펼쳐지는
눈부신 꿈의 숲으로
나이야 푸른 바람아
정처 없이 떠돌아도
제자리더라
나이야 푸른 날개야
이유 없이 누군가 떠나가도
외로이 쓰러져도
부러져도 아름답더라

장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