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심 - 도화동아 잘 있거라

하로난 심봉사를 관가에서 불러들여
황성서 맹인 잔치가 있다허고
노수까지 후이 주니
심봉사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와
여 뺑파
오늘 나를 관가에서 불러들여
황성서 맹인 잔치가 있다고
노수까지 후이 주니
나 혼자 어찌 갈께
아이고 영감
여필종부라니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같이 가지요
그러제 나는 다 보아도
우리 뺑덕이네 같은
사람은 없드라고잉
그런디 돈냥이나 있는 것
누구헌테 맺기고 갈꼬
아이고 저러기에
외정네는 살림 속을 몰라
아 낳토 못허는 애기 선다고
살구값 술값 떡값
팥죽값 퐅죽값
이리 저리 다 제해뿔고 나면
무슨 돈이 남겄소
심봉사 기가 맥혀
속담에 계집 먹는 것
쥐 먹는 것이라더니
고건 그만 두고
어서 황성길이나 떠나세
뺑덕이네 앞 세우고
황성길을 떠나 가는디
고향을 떠나자매
좀 서운 했든가 보드라
도화동아 잘 있거라
무릉촌도 잘 있거라
내가 인자 떠나가면
어느년 어느때 돌아오리
조자룡 월강허든
청총마나 있거드면
이날 이시로 가련만은
앞 못보는 요 내 다리로
몇 날을 걸어 황성을 갈꼬
여보소 뺑덕이네

길소리나 좀 메겨주소
다리 아퍼 못 가것네
뺑덕이네가 길소리를 멕이난디
어디서 전라도 밭매기 소리하고
저 경상도 메나리 소리를 들었든가
섞어서 한번 메겨 보는디
어이가리너
어이를 갈꼬
황성천리를 어이를 갈꼬
날개 돋친 학이나 되면
수루루루루 펄펄 날아
이날 이시로 가련만은
앞 못보난 봉사 가장 다리고
몇 날을 걸어 황성을 갈꼬
일색이다 일색이여
우리 뺑덕이네가 일색이여
이렇다시 올라갈적
일모가 되니 주막에 들어
잠 잘적에
그때여 뺑덕이네는
황봉사와 눈이 맞어
심봉사를 잠 들여 놓고
밤 중 도망을 허였난디
심봉사는 아무 물색을 모르고
첫 새벽에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문효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