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심 -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이렇듯 낮이면 강두에가 울고
밤이면 집에 돌아와 울고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적에
심봉사 의식은 겨우 견디나
사고무친 수족 없어
사람 하나를 구하려고 허는디
마침 본촌 사는 뺑덕이네라고 하는
한 여인이 있는디
이 여자는 심봉사가 전곡 꽤나
있단 말을 듣고
누가 중매 헐 것도 없이
지가 그냥 자원 출가를 허였는디
그러나 이 여자의 입정과 행실이
꼭 요롷게 되어 먹었겄다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괴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양식 주고 술 사먹고
쌀 퍼주고 괴기 사먹기
통인잡고 패악허고
정자 밑에 낮잠 자고
한밤 중 울음 울고
오고 가는 행인들게
담배 달라고 실랑허기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허면 삐쭉허고
힐끗허면 헬끗허고
헬끗허면 힐끗허고
남에 혼인 허랴허고
단단이 믿었난디
해담을 잘 허기와
신랑 신부 잠 자는디
가만 가만 가만 가만
문 앞에 들어서서
손뼉치고 불이야
이리허여도 심봉사는
아무 물색을 모르고
어떻게 탁정이 되어 버렸든고
나무칼로 귀를 요놈 싹 썰어가도
모르게 되었든가 보드라

문효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