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두 - 오후 4시쯤

넓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바위에 나란히 앉아
안개와 사라지는 달과
뜨는 해를 지켜본다
허리를 숙여 두 손을
땅에 짚어 높음을 가늠하고
덩치 큰 여섯 살 아이의
주먹만 한 돌을 주워
달을 향해 멋들어지게
던졌건만
어찌 된 일인지
해 머리에서
피가 나네
달을 향해 멋들어지게
던졌건만
어찌 된 일인지
해 머리에서
피가 나네
어깨를 감싼
나의 팔
허리를 감싼
당신의 팔
서로의 손을
쓰다듬으며
바위에서
일어났을 때
잠시 후에
벌어질 일들이
작은 돌 대신
몸을 던지고
떨어지기 전까지의
수어 초 동안
당신이 나무에
몸을 맡기길
기도할 거야
당신이 나무에
몸을 맡기길
기도할 거야

김일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