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희 - 얼굴(시낭송)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한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uri modu
ithyeojin eolguldeulcheoreom
moreugo salaganeun
nami doegi sileun kkadakida

gireul kkotgo sandeul mueolhana
kkoti naega anideut
naega kkoti doel su eopneun jigeum
mulbit mommaereul gameun han mari
hanmari oeroun hakeuro sandeul
mueolhana

saranghagi ijeonbuteo
gidarimeul baewobeorin
seupseongeuro inhae
on bamnae biga naerigo
ijen nae eolguledo
gangmuli heureuneunde
gaseume doldaneul ssatgo
son heundeuldeon gieokboda ganjeolhan geoteun
bogo sipdaneun dan hanmadi

meonji naneun golmokeul dolaseodaga
eontteut mannaseo
seuchyeogan baramcheoreom
swipge heeojyeobeorin
eolguli anin daeumeya
singiruui iyagido anigo
haneuleul dola tteoleojin
byeolui iyagido anigo
uri modu ithyeojin eolguldeulcheoreom
moreugo salaganeun
nami doegi sileun kkadak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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