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연 - 곳이야

정말 신나는 세상이야
정말 신나는 세상이야
아무데서나
풍덩 빠지는 곳
바람은 막내라
어디든 불려가지
나는 바람이야
어디든 널 따라가지
정말 신나는 세상이야
바람은 맨 앞에
나는 너의 바로 뒤
바람은 맨 뒤에
나는 너의 등 뒤로
정말 무서운 세상이야
군침 도는 시냇물
앞에 노란 집 지어
아이가 그려놓은
하늘 밑으로
떠나가야 되겠어
떠나가야 되겠어
환상은 날로 커져갔지
쉬지 않고
몰아치는 질문 속에
나는 잊혀져가고
그 위에 끈적한
지층이 쌓여갔지
아무도 몰라서
궁금하지도 않은
정말 가벼운 세상이야
정말 가벼운 곳이야
저속한 꿈에
날개를 달아 숨 쉴까
괴로운 비명이
마음껏 춤을 추던 그 때
꿈일 수밖에 없어
꿈일 수밖에 없어
도시를 들러오는
모진 상상력은
일그러진 얼굴만
박제되었고
그리운 이를 찾아다니는
노련한 아이
느끼고 싶지 않아서
늦어지는
되돌려 받을
꿈을 꾸지 않는 사람
바람만을 날아서
따라서온 낙엽들
아름다운 곳으로
아름다운 곳이야
아름다운 곳이야

손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