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형 - 스무살의 침대

눈을 뜨면 머리 위로
가만히 멈춰있던 내 인생
조각조각 퍼즐처럼
언제나 늘 내 자릴 찾고 싶어했지
캄캄한 이불속에선
야릇한 상상도 하며
창밖으로 날아가는 참새를 봐도
말랑말랑 내 심장은 뜨거웠었지
손을 뻗으면 모두 내 것이 될까
가까이 가면 너의 마음을 알까
사랑이란 건 그저 불편하기만 해
이런 저런 생각들로
하룰 보냈지
눈을 뜨면 어지럽게
온 방안을 떠다니는
내 작은 꿈들
캄캄한 터널 속에서
막막한 바다 위에서
나도 모르게
어느새 떠밀려와
이젠 혼자란 걸 알아버렸을 때
손을 뻗으면 이내 흩어질까봐
가까이 가면 다시 멀어질까봐
널 사랑하면 내가 없어질까봐
아무것도 그 누구도
다 필요 없었지
손을 뻗으면 모두 내 것이 될까
가까이 가면 너의 마음을 알까
널 사랑하면 내가 없어질 것 같아
겁이 나서 아무 말도
그 누구에게도 정말
용기 내본 적 없어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