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남 - 무너진 사랑탑

반짝이는 별빛아래
소곤소곤 소곤대는 그 날밤
천년을 두고 변치 말자고
댕기 풀어 맹세한 님아
사나이 목숨걸고 바친 생명
모질게도 밟아놓고
그대는 지금어디
단꿈을 꾸고있나
야속한 님아
무너진 사랑탑아
달이 잠긴 은물결이
살랑살랑 살랑대던 그 날밤
손가락 걸며 이별 말자고
울며불며 맹세한 님아
사나이 벌판 같은 가슴에다
모닥불을 질러놓고
그대는 지금어디
사랑에 취해있나
못 믿을 님아
꺾어진 장미화야
봄바람에 실버들이
하늘하늘 하늘대던 그날밤
세상끝까지 같이가자고
눈을감고 맹세한 님아
사나이 불을뿜는 그 순정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그대는 지금어디
행복에 취해있나
아멸찬 님아
깨어진 거문고야

김광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