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원 - 생각

아무 생각 없는 채로
피아노 앞에 앉는다
건반의 텅 빈 소리는
날 멍하게 하고
허공에 울려 퍼지던
어린 소년의 목소리
짧은 순간에 붙잡아
꼭 담아 두려 해
짙은 검정색 음표 안에
마음을 더해봐도
빈 오선지엔 낙서만
채우다 지워보고
참 의미 없는 시간 속을
헤매고 있다가
발걸음을 밖으로 옮긴다
혼자서 걸어보는 밤
익숙한 골목길 따라
똑같은 생각을 하며
내딛는 한 걸음
사랑이란 무슨 의미로
나는 불렀던 건지
저 밤하늘에게 수 없이
말 걸어보고
둘이서 별을 세던 밤
빛나던 순간들 따라
별똥별 소원을 빌며
웃었던 네 모습
선명하게 들려오는
쏟아지던 별빛소리
눈을 감고 나는
널 불러본다
짙은 검정색 음표 안에
마음을 채워봐도
빈 오선지엔 낙서만
그리다 지워보고
참 의미 없는 시간 속을
헤매고 있다가
발걸음을 밖으로 꺼낸다
혼자서 걸어보는 밤
익숙한 골목길 따라
똑같은 생각을 하며
내딛는 한 걸음
이별이란 무슨 의미로
내게 남겨진 건지
저 밤하늘에게 수 없이
말 걸어보고
둘이서 별을 세던 밤
빛나던 순간들 따라
별똥별 소원을 빌며
웃었던 네 모습
선명하게 들려오는
쏟아지던 달빛소리
눈을 감고 나는
널 불러본다
혼자서 울고 있던 밤
희미해진 가로등 따라
똑같은 하늘을 보며
내뱉는 한 마디
차분하게 흩어지던
희미해진 모든 것이
눈을 감고 나는
널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