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오 - 제주섬,동백꽃,지다

어머니는 뒤뜰에
동백나무를 잘라버렸습니다
동백꽃보다 더 붉은 눈물 흘리며
동백나무 등걸을 자르셨지요
젊은 나이에 댕겅 죽어버린
아버지 생각에
붉은 눈물 떨구는 어머니 동백꽃
목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먼 산 이마가 아직 허연데
망나니의 칼 끝에 떨어지던 목숨
붉은 눈물 붉은 슬픔을 음
봄이었습니다 분명히
아직도 한라산 자락에
잔설이 남은 4월이었구요
떨어진 동백 위로 더 붉은 동백꽃
어머니의 심장 위로 덜커덕
쓰린 바람이 훑고 지나갑니다
먼저 떨어진 동백 위로
더 붉은 동백이 몸을 날리고
끊임없이 꽃을 떨구는 동백
봄이었습니다 분명히
아직도 한라산 자락에
잔설이 남은 4월이었구요
봄이었습니다 분명히
아직도 한라산 자락에
잔설이 남은 4월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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