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덤앤더머 - 11번째 봄

낙엽이 떨어져요
씹다버릴 화려한 껌종이처럼
내 맘도 떨어져요
태워버린 회색빛 담뱃재처럼
이제 곧 가을도 가고
당신도 변해가고
겨울엔 더 멀어지고
봄이 와도 기쁘지 않겠죠
결국엔 잊혀져요
초등학교 옆옆옆옆 친구처럼
그래서 무서워요
이미 나를 정리해버린 당신이
이제 곧 가을이 가도
나는 변하지 못하고
겨울엔 움직일 수 없어
봄이 오면 길을 잃겠죠
열번의 가을이 가면
우린 괜찮아 질까요
열한번째 봄이 오면
그땐 만날 수 있나요
열번의 겨울이 가면
우린 많이 달라져 있겠죠
열한번째 봄이 올 땐
서로 모르는 척 하겠죠
당신이 부러워요
싹을 피운 봄날의 나무들처럼
난 매달리지 못한
낙엽처럼 사라져버리겠죠

연남동 덤앤더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