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씬 - 잃어버린 마을

산으로 날아가지 못한 새는
바다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숨어버렸다
숨을 참고 또 참으며 고개를 숙인 채
더 깊이 더 깊이
바다로 가지 못한 물고기는
산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숨어버렸다
숨을 참고 또 참으며 꼬리를 접은 채
더 깊이 더 깊이
떠나지 못하는 하늘 위로
떠날 수 없었던 바다위로
살아도 살아 잊지 못해도
떠나지 못하는 너를 두고
무덤도 없이 묻어주던
바람의 노래여
떠나지 못하는 하늘 위로
떠날 수 없었던 바다위로
살아도 살아 잊지 못해도
떠나지 못하는 너를 두고
무덤도 없이 묻어주던
바람의 노래여
산으로 날아가지 못한 새는
바다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숨어버렸다
전시로, 노래로, 책으로 보듬는 '잠들지 않는 남도'

[한겨레] 문화예술인들도 70년 동안 앓아온 제주의 아픔을 응시하는 데 동참했다. 4·3을 기리는 각종 전시회, 음반, 소설과 시 등이 봇물을 이루며...

이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