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애 - 밤

이런 밤이 올 때면
익숙하다는 듯
TV를 켜고 소파에 누워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코미디를 틀어둔 채
같이 웃어 하하
내가 슬프다는 게 슬퍼
내가 우울하다는 게 우울해
이런 나를 보고도
조용한 핸드폰이 싫어
밤 너를 목 놓아 부르던 밤
이런 날 두고 떠나간 날
상처 가득한 날 홀로 감싸주던
오늘 밤 오늘 밤
찬물을 끼얹어봐
좀 나아질까
대체 어디에 묶여
헤매이는 거야
눈에 보이지 않는
덫에 걸리고 걸려
상처만 자꾸 덧이 나
아파 보이는 게 싫어
누구보다 웃고 싶어
그래 너보다 웃고 싶어
네 행복보다 더 괜찮고 싶어
밤 너를 목 놓아 부르던 밤
이런 날 두고 떠나간 날
상처 가득한 날 홀로 감싸주던
오늘 밤 오늘 밤
시간은 지나 내일이 오고
또 가고 자꾸 흐르고
시간이 네 발자국이라면
멀어지는 걸까 너도 내게서
바로 오늘 밤
너를 목 놓아 부르던 밤
이런 날 두고 떠나간 날
상처 가득한 날 홀로 지켜주던
오늘 밤
그 어느 밤 내 눈물이 전부인 밤
다른 표정은 다른 얼굴은 없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