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춘호와 가당찮 - 참회록

혼탁한 내 머릿속에 떠도는
습기에 찬 상념들의
마찰 속에 떠오른 잡스럽지만
빛나는 진실을 실은
정답만이 많은 거친 소란을 거쳐
내게 진솔한 이야기를
내 빈 손 안에 안겨주네
그 결과물의 시작은
키 작은 내 펜과 마음속
깊숙이 잡은 공책의
첫 페이지로부터
의미를 찾아 각각의 단어에
숨을 불어넣어
춤추듯 한 언어의 기적이
여기저기 넘실거리는 순간에
실타래 같은 단어의 나열이
빛을 발해 일탈의 여지없이
발을 디딜 차례가 도래하네
이제 글을 다듬어 하나의 칸 안에
나의 가난의 노래를 쏟아 부어
나만의 손 안에서만
가능한 노래를 담아내
습기에 찬 진실을 쏟아내
진실을 쏟아내
나만의 가난의 노래를 담아내
진솔한 이야기를 내 두손안에 쏟아내
아마도 난 배 떠난
바다 언저리에 앉아
저기 먼 거리에 반짝인 한 덩어리의
고랠 잡는 자그마한 어부
그 아무도 찾지 않는
검은빛의 바다에선
이미 잊혀진 노래들
어느 밤 고래의 노래에
오래도록 귀를 기울인 어부는
더 이상은 저 이상한 생명에게
다시는 작살을 뻗지 못했네
고래는 오래된 고래의 노래를
모래 위에 앉은 어부의
두 귀에 들려주고
그 뒤에 남은 어부가 내쉬는 한숨
난 대체 무엇의 목소리로
노래 부를 텐가
이제 어부는 가만히
사람의 말이 인도하는 길 떠나
눈을 뜬 달뜬 슬픈 듯한 목소리로
사람의 파리한 마음을 움직이지
팔이 움직이는 한은
손에 잡은 펜 놓지 않고
잡은 펜 놓지 않고
사람의 파리한 마음을 움직이지
진실을 쏟아내는 내 노래에
라임에 맞춰가는 내 노래에
진실은 숨어버렸을지도
숨겨진 보물 지도를 찾아가듯
헤매댄들 잦아지듯 희미할 뿐
화려하게 입을 놀리는 중에
내뱉는 가사들의 억지스런 논리는
세 차례나 읽고서도
세차게 고개를 젓는 씁쓸함뿐
다분히 가식적이나
따분히 가십거리나 쓰지 않아
썩 괜찮아 보이는 건 썩었잖아
낯설게 세상을 보고
날 선 펜에 의지하지
우리가 말하는 건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
많은 것들을 담기보단 당치도 않은
가식 뒤 당신이 스친 진실들을

돈춘호와 가당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