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우, 배은아 - 가을의 노래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가을이다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써 보낸다
한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말 한다
삶은 그러게 아프다고
그래서 가을이다
그래서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가을이다

eodironga tteonago sipeumyeon gaeulida
gaeulida
tteonajineun anado
hwanghonmada dolaomyeon gaeulida
sarami bogo sipeojimyeon gaeulida
gaeulida
pyeonjireul buchireo gatdaga
jipe dolawa boni
jumeonie geudaero iteumyeon gaeulida
gaeulida
gaeuleneun
maeumi geoulcheoreom makajigo
geu makeun maeumgyeole
ojik han saramui ireumeul sseo bonaenda
hanmariui beolre uleumsorie
sesangui modeun gwiga yeolrigo
ithyeojin ildeuleun
hanip nakyeope deo gipi ithyeojinda
nuguna jihyeui geolini doeeo
gyeongheomui muneul dudeurimyeon
oeroumi eolguleul naemilgo mal handa
sameun geureoge apeudago
geuraeseo gaeulida
geuraeseo gaeulida
gaeuleun
gaeuliran mal soke itda
gaeulida